“다윗이 놉에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니 아히멜렉이 떨며 다윗을 영접하여 그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네가 홀로 있고 함께 하는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니 2다윗이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왕이 내게 일을 명령하고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보내는 것과 네게 명령한 일은 아무것도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 하시기로 내가 나의 소년들을 이러이러한 곳으로 오라고 말하였나이다” (21:1-2)
우리도 살다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평소 침착한 사람도 당황하게 되고 때로는 살아남으려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기도 하고 큰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다윗이 거짓말을 합니다. 물론 사울을 피하여 도망가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놉의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가서 식량과 무기를 얻을 목적으로 왕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다윗이 떠난 후에 그를 뒤쫒아 추적하던 사울이 단지 다윗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와 주었다는 이유 하나로 놉에 있는 제사장 85명과 그 가족들을 잔인하게 학살합니다. 너무나 비극적 사건입니다. 이 학살 사건은 일차적으로는 사울의 탐욕과 피해 과대망상이 결합된 사울의 무자비함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도 책임이 있습니다. 다윗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윗이 그런 의도를 갖거나 이런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의를 품지 않은 거짓말이라도 커다란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합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듯이 나의 사소함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두려운 일임을 알고 신중한 판단과 주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히멜렉은 사울과 다윗 사이의 최근의 일을 몰랐기에 다윗의 말을 듣고 그를 도와줍니다. 일행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한 것인데 그는 다윗에게 제사장들만 먹을 수 있는 진설병(떡)을 줍니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하나님 앞에 드려진 진설병은 제사장 외에는 아무도 먹을 수 없습니다. 그의 행동은 율법을 어긴것으로 하나님의 징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는 이 일로 하나님의 징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율법의 규정은 어겼지만 그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뜻 자체를 거스리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의 행동은 진설병의 문자적 규례에 얽매여서 그 규례의 근본 목적인 이웃 사랑을 외면하지 않았던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수님도 이 사건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십니다 (마12:4) 그리고 오히려 율법의 조항을 이용하여 제자들을 정죄하는 바리새인을 향해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면 무죄한 자를 죄로 정치 아니하였으리라”고 책망 하셨습니다. 율법의 글자 그대로를 지키는 행위가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알고 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그 마음과 정신은 없고 의식이나 형식만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라고 스스로 여기며 점차 신앙마저도 형식화되어 가는 현실을 돌아볼 때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