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 그 곳은 전에 여호와께서 그의 아버지 다윗에게 나타나신 곳이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 마당에 다윗이 정한 곳이라 솔로몬이 왕위에 오른 지 넷째 해 둘째 달 둘째 날 건축을 시작하였더라” (3:1,2)
역대기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열왕기서와 같은 내용입니다. 그러나 기록의 관점이 다릅니다. 열왕기서는 비판적 시각에서 이스라엘의 왕정의 역사를 기록했지만 역대기는 다윗 왕조를 중심으로 한 유다의 역사만을 다룹니다. 그리고 주로 징계와 심판보다는 회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열왕기의 저자는 포로 시대에 살았지만 역대기서의 저자는 포로 시대 이후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에서 돌아와서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세웠지만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회복되지 않았고 주변 이방 민족들로부터 많은 방해와 핍박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도 하나님의 백성이 맞는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 관계가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포로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이 흔들렸기에 민족의 존립 자체도 어려웠던 혼돈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가 역대기를 읽으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저자의 의도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하는 백성들에게 하나님과의 언약은 절대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영속성을 확신하는 가운데 신앙이 회복된다면 선민의 영광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 것입니다.
본문은 성전 건축의 내용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열왕기상 6장은 성전 건축의 시기를 강조하는 반면에 역대기에서는 성전 건축의 장소에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진 장소가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 했던 모리아 산이었으며 다윗이 인구조사의 범죄를 하고 속죄 제사를 드려서 용서받았던 오르난의 타작마당이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삼하24장). 이는 성전이 어떠한 장소가 될 것인지를 시사하려는 것입니다. 성전은 속죄의 제사를 드림으로 하나님과 화해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장차 죄인들을 위한 화목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죄인들을 화목하게 하는 예표가 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전은 성막과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이며 주로 제사가 드려진 곳입니다. 희생 제물의 드려짐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화해의 장소입니다.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드린 영원한 제사를 통해 누구든지 그 화해와 은혜를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성전은 하나님을 향한 희생과 헌신이 나타나는 곳이며, 하나님의 용서와 자비가 나타나는 곳입니다.
오늘 우리의 예배의 자리에 나아갈 때 우리의 헌신을 담습니다. 예배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경험합니다. 신자의 몸이 하나님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성도는 하나님과의 화해를 누리고 이 세상에 그 화해를 전하는 복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