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바로의 딸을 데리고 다윗 성에서부터 그를 위하여 건축한 왕궁에 이르러 이르되 내 아내가 이스라엘 왕 다윗의 왕궁에 살지 못하리니 이는 여호와의 궤가 이른 곳은 다 거룩함이니라 하였더라 ” (8:11)
우리는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기억만이 아니라 안 좋은 기억들을 남기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다 약하고 못난 부분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모습만을 기억하기보다는 좋았던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품으면 우리가 세상에 사랑하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역대 왕 중에 지혜의 왕,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누린 왕은 바로 솔로몬입니다. 역대기를 쓴 기자는 솔로몬이 그의 부친인 다윗을 이어 언약을 계승한 인물로 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회피하고 그가 잘한 부분만을 강조하는 면이 있습니다. 역대기 기자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성경을 읽은 독자들도 그런 관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특별히 바로의 딸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이는 솔로몬의 통치 초기에 애굽과의 화평의 목적으로 바로의 딸과 정략적으로 결혼한 사실을 말합니다. 이러한 정략결혼이 당장의 정치적인 이득도 있었으나 결국은 우상 숭배에 빠져 참상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의 단점을 가능한 가리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솔로몬이 부정한 여인인 바로의 딸을 여호와의 궤를 임시로 보관했던 거룩한 장소인 다윗성에 머물지 못하려는 의도로 따로 궁전을 건축했음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솔로몬이 영적으로 충분히 깨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합니다.
항상 좋은 것만 기억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좋은데 당신의 한 가지가 아쉽습니다’라고 속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듯이 그도 당신에 대한 더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쉬움을 변화를 위한 부분으로 남겨두되 다만 좋은 부분만을 보려 노력할 뿐입니다. 그래도 내 주변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